[아침에 쓴 편지] 마음의 혈관이 막히면 - 소통 부재는 동맥경화

삶의 어느 순간, 가던 길이 막힌 듯 답답함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그 답답함은 소통의 혈관이 막혔다는 신호입니다. 소통은 정보와 감정이 흐르는 통로로, 혈액이 혈관을 타고 온몸을 순환하듯 원활한 소통은 개인과 가정, 조직, 사회가 살아 있게 하는 기본 조건입니다.
소통이 막히면 무엇이 일어날까요?
조직에서는 현실 인식이 왜곡되고 의사결정이 흐려집니다. 비효율이 쌓이고 사기는 곤두박질치며 구성원들은 방어적 태도나 침묵으로 반응합니다. 가정에서는 말이 닫히고 벽이 세워지며, 오해와 피로가 쌓입니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그 폐해가 더 치명적입니다. 정부와 국민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면 건설적 발전이 아니라 소모적 갈등으로 낭비됩니다. 오늘의 국회가 그 단적인 예입니다. 국가는 안중에 없고 당리당략만 남은 현실, 이것은 단순한 정치적 다툼이 아니라 국민을 배신하는 범죄입니다.
불통이 낳은 조선의 멸망
불통은 곧 갈등을 낳고, 갈등이 깊어지면 결국 조직 전체가 수렁의 늪에 빠져
듭니다. 역사도 소통 부재가 낳은 교훈으로 가득합니다. 조선 말기 왕실과 백성의 불통은 동학농민운동이란 민심 이반과 저항을 낳았고, 결국 외세 개입과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는 비극을 가져왔습니다.
소통의 문을 닫는 것은 곧 공동체의 경고음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소통의 단절은 사회적 동맥경화입니다. 혈관이 막히면 심근 경색이 오듯 소통이 막히면 신뢰가 깨지며 조직은 치명상을 입습니다, 반대로 소통의 물꼬가 트이면 꼬였던 문제가 풀리고 활력이 되살아납니다.
소통은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 주체 됨의 조건이기도 합니다. 내가 타인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타자의 말에 응답할 때 비로소 나는 '개체'가 아니라 '주체'가 됩니다. 타자의 목소리를 듣는 행위 자체가 윤리적 책임이자 공동체를 세우는 근본적 몸짓입니다.
불통은 어둠이며 세상을 부패하게 합니다. 소금 한 줌이 썩음을 막고 한 자루의 촛불이 어둠을 몰아내듯, 작은 경청과 진심 어린 말 한마디가 공동체의 숨통을 다시 틔움니다. 소통 없는 세상은 갈등의 감옥이지만, 소통의 시작은 곧 희망의 불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