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뿌리의 철학 - 나무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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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흔들림의 이유를 말합니다. 뿌리가 단단한 사람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묵묵히, 자기 꽃을 피워낼 뿐입니다.

 살다 보면 예고 없는 폭풍우가 찾아옵니다.

애써 지켜온 것이 무너지고, 믿었던 사람이 등을 돌리고,

차가운 바람이 마음을 후려칠 때…

우리는 하늘을 올려보며 묻습니다.

왜 하필 나입니까?”

왜 세상은 이렇게 불공평합니까?”

그러나 원망이 깊어질수록 우리의 존재는 흔들립니다.

 

지친 마음으로 발치의 낙엽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내가 선 이 땅은 나보다 먼저 오신 선대들의

폭풍과 겨울을 견뎌낸 인고의 숨결이 겹겹이 쌓여 있다는 것을.

 

그분들의 삶은 쉽지 않았습니다.

거친 폭풍과 겨울은 매서웠습니다.

그러나 하늘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더 깊이, 더 단단히 뿌리를 내려 오늘 우리를 잉태하셨습니다.

 

그 인내와 품격이 흘러 내 안에 피가 되고 뼈가 되었습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라, 거대한 생존의 서사를 이어받은 존재입니다.

 

철학은 흔들림의 이유를 말합니다.

강인함은 근육이 아니라 의식에서 온다고.

뿌리 깊은 나무에게 폭풍은 재앙이 아니라, 단단해지는 시간입니다.

우리가 흔들리는 이유는 약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뿌리가 어디에서 오는지를 잊기 때문입니다.

 

조상들이 남긴 정의와 책임, 충과 효와 예의 정신은

지난 역사가 아니라 우리를 지탱해 주는 좌표입니다.

 

오늘 우리의 의미는, 후대의 역사가 됩니다.

뿌리를 아는 사람에게 죽음은 끝이 아닙니다.

서리에 지는 낙엽이 서럽지 않은 것은

내일의 새싹을 밀어 올릴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견디는 일들,

오늘 우리가 선택하는 진실과 품격은

과거가 그랫듯 후대들이 폭풍을 만났을 때 견뎌낼

든든한 뿌리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

다음 세대의 숲을 지탱하는 근원입니다.

 

인생의 높이를 결정하는 것

인생이라는 나무의 높이는 재산이나 지위가 정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깊은 뿌리 의식을 품었는지가 결정합니다.

 

뿌리가 단단한 사람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자기 꽃을 피워낼 뿐입니다.

그리고 그 향기는 또 다른 누군가의 내일을 지탱할 힘이 됩니다.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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