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산책 ] 실수 위에 피는 꽃, 살만한 세상을 위하여!

어둠 속에서 누군가 조심스레 내민 손,
우리는 망설이다가도 결국 그 손을 잡습니다.
그 순간 우리가 붙드는 것은 단지 손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마지막 믿음이지요.
다시 말해 사람을 믿는다는 건 확신이 아니라,
불확실성 위에 다리를 놓고 한 사람을 인격체로 받아들이는 조용한
용기입니다.
11세기, 지중해를 무대로 활동한 마그레브 상인들은
제도적 보호장치 하나 없이 위대한 신뢰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냈습니다.
바다 건너 도착한 서신 한 장이 무역의 토대였고, 거짓 없는 말과 행동이 수천 킬로미터를 잇는 유일한 신용장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번의 배신은 무서운 고립으로 이어졌습니다.
배신은 상대방에게 고통과 상실감을 안겨 주지만
당사자에게도 심각한 후폭풍을 가져옵니다.
그리고 주변으로 부터 평판을 잃고 관계가 단절되어 기회의 상실 인생의 좌절로 이어집니다.
결국 배신은 건강한 자아를 방해하여
인생 전체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지요,
따라서 신뢰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쓰는 무언의 보증서이며,
서로를 성장 시키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바로미터인 샘이지요,
이렇게 중요한 신뢰는,
상대를 수단화하고 대상화하는 비인간성 속에서는 결코 자라나지 않습니다.
타인을 나의 욕망을 위한 도구로 삼는 순간, 관계는 끊어지고,
주변에 사람은 사라지며, 자신도 더 이상 인간으로 살기를 포기한 존재가 됩니다.
철학자 칸트는 말했습니다.
"인간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언제나 목적 그 자체로 대하라고"
이 말을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에 새긴다면 이렇게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수 위에 용서를 심고,
용서 속에서 신뢰를 가꾸며,
신뢰를 넘어 믿음을 키우는 존재가 되자.
그것이 인간 성장의 길이 될 테니까!
신뢰는 완벽한 사람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실수하고, 상처 받고, 때로는 흔들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기적입니다.
용서를 주고받으며 다시 관계를 세우는 그 순간,
우리는 단지 이해 받은 존재가 아니라, 다시 믿어도 괜찮은 존재로 거듭납니다.
우리는 용서의 씨를 뿌리고 신뢰의 싹을 키우고 가꾸는 가운데
아름다운 인생의 꽃이 피어납니다.
그곳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지상 천국이라 믿습니다.
그러나 세상 이치에 공짜가 없듯 용서에는 사과가 따라야 합니다.
사과는 재발 방지의 약속이며 신뢰의 증명이 될 테니까요!
삶이란 엄숙하며, 어느 누구에게나 소중한 목적 그 자체입니다.
어둠 속에 내민 손을 망설임 끝에 잡았던 그 순간이야말로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믿어보려는 위대한 출발점이었음을,
그리하여 실수 위에 피운 꽃이 살만한 세상을 만든다는 고백이자
행동 선언이 되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