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편지] 작은 불씨 하나 — 희망을 지키는 일

어느 날, 오래된 성냥갑을 발견했습니다. 한쪽 모서리가 눅눅하게 젖어 있었고, 성냥개비들은 서로 엉켜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를 꺼내 불을 붙여보려 했지만, 처음엔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조심스레 다시 문지르자, 아주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습니다. 그 순간, 나는 생각했습니다. 희망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희망은 늘 크고 밝은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어두운 순간, 가장 작고 미약한 형태로 우리 앞에 나타나죠. 그 불씨는 금방 꺼질 것 같지만, 생각보다 끈질깁니다. 왜냐고요? 분명 어디서 누군가는 이를 지키려는 손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도 그런 작은 불씨들이 참 많아요. 작은 복지관의 노인 식사 봉사가 어려움에 부딪혀 거의 멈출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봉사자도 줄고 후원도 끊기며 담당자들마저 포기하려던 그때, 휠체어를 타는 한 할머니가 찾아와 쌈짓돈을 건네며 어르신들 따뜻한 밥 한 끼를 부탁했답니다.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누구도 기대치 않았던 그 순간, 온 마음을 다한 작은 정성이 복지관 사람들의 마음에 불씨를 지폈습니다. '저 할머니의 희망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봉사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덕분에 따뜻한 식사 봉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희망은 인간의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라고 말했습니다. 희망이 없다면 우리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희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행동하는 것도 아니죠. 작은 불씨가 흔들릴 때 ‘포기할까?’ 수없이 갈등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그 흔들리는 불씨를 지키려는 ‘단단한 의지’입니다.
우리 삶에도 그런 순간들이 참 많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할 때 누군가의 짧은 문자 한 줄, 창밖으로 스며드는 햇살 한 조각, 혹은 스스로에게 건네는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가 작은 불씨가 되어 꺼져 가는 희망을 다시 살려냅니다. 어쩌면 그 불씨는 아주 오랜 시간 우리 마음 한구석에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희망은 우리 삶을 밝히는 등대처럼, 가장 어두운 길을 헤쳐 나갈 작은 나침반처럼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그 불씨를 지키는 일은 단순히 '잘 될 거야!'라는 긍정적인 생각만으론 안 됩니다. 아주 작고 사소해 보이는 나의 한 걸음, 타인을 향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좌절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려는 굳건한 의지가 필요한 거죠.
결국, 희망은 불씨입니다. 그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지키는 일은 곧 우리의 삶을 지키는 일이며, 더 나아가 우리를 인간 답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행위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