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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사유] 확증편향의 위험과 리더십의 본질
철학적 사유

[철학의 사유] 확증편향의 위험과 리더십의 본질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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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 전진(前陳)제국의 황제 부견은 신하들의 충언을 배척하고 동진을 침공한 결과 참혹한 패배로 역사 속에 묻힌 비극적 교훈의 진실,
   최종엽 대표기자

서기 383년, 중국 북방을 제패한 전진(前晉)의 황제 부견은 100만 대군을 이끌고 동진을 정벌하려 했다. 신하들은 “때가 아니다, 군량이 부족하다”고 거듭 만류했지만, 부견은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충언을 외면하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말만 들은 결과의 댓가는 처참했다. 병력에서 열세였던 동진은 심리전과 기습으로 대응했고, ‘비수대전’에서 전진은 순식간에 붕괴했다. 오만과 확증편향이 제국의 몰락을 불러온 것이다.

 

확증 편향 의 덫

 

인간은 본래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를 ‘자기확증편향’이라 한다. 특히 권력을 가진 자일수록 이 편향은 더욱 강하게 작동한다. 부견이 신하들의 충언을 불편한 간섭으로 여긴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심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뉴스와 사회적 현상 속에서, 스스로 만든 편견과 프레임에 갇혀 몰락을 자초하는 개인과 집단을 자주 목격한다.

 

쓴 약이 몸을 살리듯, 불편한 진실은 인간을 성장시킨다. 귀에 거슬리는 비판은 때로 가장 건강한 조언이 되며, 성찰과 변화의 출발점이 된다. 그러나 듣고 싶은 말만 듣는 편향은 우물 안 개구리의 세계에 갇힌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처럼, 그림자를 실체라 믿고 살 것인지, 아니면 눈부신 빛을 향해 나아갈 것인지는 결국 각자의 선택이다.

 

집단적 편향의 위험

 

더 큰 문제는 사회 전체가 확증편향에 빠질 때다. 권위주의 정권이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고, 조직이 내부 비판을 배척하며, 여론이 한쪽 진영만을 추종할 때,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내부로 부터 균열이 생기며 작은 충격에도 쉽게 와해 될 수 있다. 전진 제국의 몰락은 바로 그런 집단적 오만의 교훈을 전하고 있다. 

 

진정한 리더십은 나와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이는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존재론적 태도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인식의 틀 안에서 세계를 해석하지만, 진실은 그 틀 밖에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성장은 불편함을 감내하는 데서 시작된다.

 

하늘의 별은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빛난다. 우리 또한 오만과 편견이라는 어둠의 터널을 통과할 때 비로소 진실의 빛을 마주할 수 있다. 철학자 칸트는 “이성은 스스로를 비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성숙한다”고 했다. 

리더든 개인이든, 자기 확증의 유혹을 넘어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더 넓고 더 깊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것이 진정한 지혜의 출발이다.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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