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말보다 깊은 심연의 커피

최종엽 대표기자
입력
늦은 오후 조용한 카페. 햇살은 창가를 스치고, 바람은 나뭇잎을 부드럽게 흔들었다. 커피를 사이에 두고, 그가 말을 꺼냈다. “저 나뭇잎은 스스로 움직일까, 아니면 바람 때문일까?” 순간, 나는 그의 세계관을 더듬었다. 그의 시선은 나뭇잎 너머를 향했고 나는 그의 질문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본지 대표기자 

커피의 향은 사유의 문을 열었고, 나는 그 향을 따라 존재의 심연을 유영했다. 같은 테이블, 함께 보는 나뭇잎. 하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를 보고 있었다. 그는 물리적 원인을 물었고  나는 존재의 의미를 탐색했다. 

 

 나뭇잎의 흔들림은 눈에 보이는 현상이지만, 

그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바람은 본질일지도 모른다. 

동양의 선문답은 묻는다. 

“움직이는 것은 바람인가, 깃발인가, 아니면 마음인가?” 

서양의 현상학은 말한다. “우리가 대하는 세상은 인식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관점의 차이는 갈등이 아니라, 확장의 기회다. 

 

그와 나의 대화는 세상을 유영하는 여정이었다.

커피 한 잔 사이에는 온도가 있었고, 향이 있고 사상이 교차했다. 

그는 나뭇잎이 흔들림에 삶을 연결했고      

나는 그의 질문에서 나의 내면을 바라보았다. 

 

대화는 서로의 인식 구조를 탐색하는 사유의 장이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도 흔들리는 나뭇잎을 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뭇잎 너머의 숨은 본질을 바라보려는 통찰의 시선 아닐까?

우리는 외부에 반응하면서도, 스스로의 방향을 찾는 존재다. 

마치 바람 속에 흔들리지만 꺾이지 않는 나뭇잎처럼...!

 

그날, 커피를 사이에 두고   오고 간 대화는 적었으나 

사유는 선명했다.  나는 타인의 시선에서 나를 응시하며 깨달았다

존재는 언어의 경계 너머 침묵의 심연에서 가장 선명하게 체험 된다는 것을.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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