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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엽 평론] 최홍규시인의 약병과 꽃병사이

최홍규 시인의 꽃병과 약병사이를 보는 소회 

 

최홍규시인은 주옥같은 시집을 4권이나 세상에 상제한 중견 작가입니다. 그의 시를 대하면  화려함 보다는 기품과 중후함이 담기며 세상과의 소통을 詩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어제 시인과 함께하는 나의 커뮤니티에는 뜸하게 올라온 시인의 아픔 담긴 '약병과 꽃병사이'를 대하며 이 아품은 시인의 것만이 아닌 시대를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아품이 아닌가 공감하기에 본지에 옮겨 동병상린의 독자들과 공유하자는 취지의 글입니다.  

 

 "삶은 누구나 숨어 있다. / 꽃병과 약병사이 속에서  / 저리고 아픈 삶의 종소리를 몸으로 던져서 숨을 죽이고 / 내 사유의 관념의 다리에서 / 德의 꽃병이 될 수도 있고 / 아니면 약병을 주거니 받거니 반복된 삶을 살 수도 있다." 

 

위에 올린  詩는 최홍규 시인의 '꽃병과 약병사이' 전문입니다, 그는 1연 '起'에 해당하는 도입부에서  "삶은 누구나 숨어있다, 약병과 꽃병사이에서" 그렇습니다.  우리네 삶이란 빙산과 같아 표면적인 모습을 보고 우주와 같은 내면의 세계를 평가할 수는 없겠지요, 

여름하늘 처럼 변덕 스런 얽히고 설킨 세상사 좋은 사람을 만나면 천국이 되고 반대의 경우 지옥이 되기도 합니다.  하여 늘 꽃병을 끼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원치않지만 피하고 싶지만 약병도 받아 들여야 한다는 숙명적 모순관계의 조화를 소환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는 모습을 대합니다.  

 

2연의 ”저리고 아픈 삶의 종소리, 몸을 던져 숨을 죽이고...," 누가 시인을 저토록 아프게 할까요! 말하고 싶고 소리치고 싶지만 조용히 온몸으로 받아 내면의 세계로 소화하며 고뇌를 풀어내는 시인의 성숙한 모습은 분명 범인의 경지가 아님을 봅니다.  

 

3연,4연에서 내 사유 관념의 다리에서 덕의 꽃병 또는 약병이 되어 주거니 받거니라는 표현에서 자신이 처한 뒤틀린 현실과 관계적 아픔을 이성적 용서로 품고자 하지만 때로는 감성의 독버섯과 마주하는 시인의 인간적인 모습에서 연민을 느낌니다.

 

홍규시인님의 약병과 꽃병사이는 깊은 사유의 세계를 유영하면서 자신의 아픔을 세상이 아닌 독백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정합적이지는 않으나 조화를 이루어 내며 변증법적 대립과 화해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다스리는 시인의 넓고 깊은 세계관적 품격에 큰 울림의 교훈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