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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 작가의] 결례(缺禮)가 잦으면 걸레가 된다

오늘은 이렇게 말하고 내일은 저렇게 말하면서 정작 본인은 날마다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고 우긴다.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다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고 따라 하면 틀렸다도 한다. 이렇게 막무가내의 사람이 정치인만 있는 게 아니다. 멀쩡하게 생긴 사기꾼도 있고 선한 사람 등치는 맛에  사는 사람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대로를 활보하면서 ‘나한테 속지 않을 사람 나와 봐’라 외치고 있다.

 

잘난 정치인이나 멀쩡하게 생긴 사기꾼이나, 자신들이 걸어 놓은 덫에 누가 걸려드나 시합을 하는 것은 아닐까?. 속아 달라고 사정하다가도 속아 주지 않으면 냅다 그냥 겁박하기도 한다. 그러니 순진한 국민은 속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줄 듯 말 듯, 해결해줄 듯 말 듯, 감질나게 하면서 시간을 질질 끈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둘러대면서 민원인의 등골을 빼먹으려 한다. 그러다 그 사람이 스스로 지쳐 떠나가면 썩은 이 빠져 시원하다고 돌아서서 영혼 없는 파티를 즐길 것이다.

 

몇 월 며칠에 돌려줄게’ 하면서 돈을 꾸어간다. 그 날짜가 되면 ‘앗! 내가 날짜를 착각했네’. 그러면서 ‘다음 달에는 반드시 갚을 게 걱정하지 마’라고 말한다. 빌려준 사람의 속사정은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거짓말하는 날이 늘고 거짓말이 늘면 거짓으로 무장한 유능한 사기꾼밖에 더 되겠는가. 정치인들의 행태도 이와 다를 바 없다. 가족에게는 사실대로 말을 할 수 없다면서, 왜 옆 사람에게는 그리 쉽게 말을 하는가. 그것도 약속한 날짜에 전혀 갚을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과연 갚을 생각은 있는 것인가? 가짜를 진품보다 더 진품으로 만들어내는 수법도 날로 발전하는가 보다.

 

내일이 선거일이면, 오늘까지만 머리를 조아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일만 되어 봐라 ‘너희들은 다 죽었어.’, 그러면서 밤새도록 비싼 양주에 취해 살생부를 작성하고 어찌할 바를 모른다. 당선자는 당선자대로 낙선자는 낙선자대로, 내일 아침이 되면 내가 어제 뭐라 했더라 하면서 뒤통수만 긁는다. 표 달라고 굽신거리며 아양을 떨다가도 날이 새면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느냐고 오히려 유권자를 고소하고 핍박하려 든다. 뭐라더라. 아마 무고죄 또는 명예훼손죄라 하던가?

 

지은 죄가 없는데 누가 누굴 무고죄로 고소할 것이며. 쥐꼬리만한 명예도 존경심도 없는 양반들이 어찌 명예훼손죄를 거들먹거리는가 말이다. 그리도 힘없는 유권자에게, 한 표밖에 가지지 못했다고, 그렇게 겁박하며 큰소리치려 한다. 그러려고 선출직에 도전하는가, 아니면 그 알량한 권력을 부여잡고 힘없는 시민들에게 큰소리치는 재미에 빠지려 도전하는가 말이다.

 

자신이 한 말, 자신이 내뱉은 말에 대해 책임지라 하는데, 내가 언제 그랬냐고, ‘나는 그런 말 한 적이 없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환자가 분명하다. 더 극심한 기억상실증에 빠지면 사회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무서운 도둑이 될 것이니, 어찌 가만히 놔두고 볼 것인가. 가까운 병원으로 신속하게 모셔야 할 것이다.

한 표 한 표를 모으면 그렇게 정신 나간 사람은 선거에서 반드시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다.

루천석(漏穿石)이다. 일일일전(一日一錢)이면 천일천금(千日千金)이 된다. 하나일 땐 힘이 모자라지만 수만 명이 뭉치면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똘똘 뭉쳐야 하고 단결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야 바꿀 수 있다.

 

자신이 한 말은 반드시 지키는 것이 올바른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고 믿음이 강한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권력을 향해 그렇게 나아가고 싶거든 남을 속이거나 해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스스로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선량한 사람을 짓밟고 가려 하는가 말이다.

 

나는 이렇게 말할 때 너는 그렇게 이해해야 한다고 우기지 않으면 좋겠다.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고, 불신은 또 다른 불신을 낳는다. 그 끝은 사망에 이를 것이다. 결례를 범하면서 양심을 빼먹으면 걸레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