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살만한 세상] 20년을 하루같이 학교 앞 교통 봉사에 헌신

2023.04.25 00:34:06

손녀 같은 20대 '막가녀'로 부터 욕설과 목덜미 잡히는 수모도

 

 

한국도시정비신문 최종엽 기자 = 2000년 초, 우연히 목격한 사고에 자극받아 시작된 교통봉사활동이 산수(傘壽)를 바라보는 현재까지 20여년을 하루같이 봉사하는 노익장 이근섭씨를 만났다.  

 

지난주,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양천구 양강초등학교 후문에서 교통 봉사는 09시 까지 2시간이다. 봉사 종료시간이 끝나갈 무렵 이씨는 핸드폰에 열중하며 위험한 차도를 걸어오는 20대 초반의 한 여성을 목도했다. 

 

 

이씨는 위험하기도 하고 학생들의 교육상 문제가 될것 같아  인도를 사용하도록 호루라기를 불며 수신호를 보냈으나 반응이 없자 그녀에 다가가 차도는 위험하니 인도를 사용하라고 점잖게 타르자 그녀의 반응은 "당신이 무슨자격으로 나에게 시비냐" 며 사납게 대응한다.    

 

평소 불의를 넘기지 못하는 성미에 "차도는 위험해서 하는 소리야!" 하고 나무라니 설상가상 욕설을 하며 대드는 막가녀,  함께 봉사하던 분의 만류와 정상을 벗어난 성품으로 판단한 이씨는 상황을 피하려 돌아서는데 뒤에서 이씨의 모자와 목덜미를 나꿔채며 욕설과 함께 고성을 질러댔다. 황당한 이씨는 손주같은 막가녀에게 조용히 타일렀다. "그만하라"고, 이때 그녀가 하는 말 "합의금 있어" 였다. 허허, 결국 교장선생님이 나서 마무리 되었으나 교통봉사 20년에 기가 막힌 하루였다.  

 

 

주민의 신고를 접수한 기자는 이씨의 봉사 시간에 나가 현장을 복기 취재를 했다. 친절한 이씨는 학생들에게  안녕! 먼저인사를 건내며  손주를 대하듯 반기며 교통봉사에 열중했고 가끔은 지나는 운전자들이 손을 흔들어 봉사를 격려하는 장면도 있었다. 보상도 댓가도 없이 20여년을 하루같이 봉사하는 이씨의 얼굴에서 천사를 보았다.

 

기자는 양천구 양강초등학교 교장실을 찾았다. 커피를 앞에 놓고 마주한 김수정 교장선생님으로 부터 이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험한 세상입니다. 그러나 어르신은 참 좋은 분입니다". 저희 학교에 축구부가 있는데 양천구립 잔디축구장을 일주일에 3회 사용합니다. 그런데 하루는 축구장이 성인들에 밀려 연습이 불가하자 성인축구부와 단판을 져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연습을 하게 한 일을 비롯 학교의 어려운 일에 발벗고 나선다며 참 좋은 분이라 칭찬하며 환하게 웃음짓는 교장선생님의 미소가 아침했살처럼 맑고 고왔다. 

 

교통봉사 초, 코흘리게 학생들이 결혼하여 학부형되어 만나

 

이근섭씨는 짧지 않은 교통봉사 20년 세월 속에 기억에 남는 일화를 털어냈다.  봉사 초기 코흘리게 초등학생이 성장 결혼하여 아이 손을 잡고 학교에서의 재회한 일은 기쁨이었고 한편 살같이 흐르는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일본인 어머니의 손을 잡고 학교까지는 왔으나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아이를 교실까지 안고 가 선생님에 인계한 일이 있었는데 그후 불리불안장애를 잘 극복하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여 지금은 양강중학교 3학년이 되었고 공부도 재법 잘하고 있다며 교통봉사의 보람을 털어놓는다.

 

마지막으로 이번 막가녀 사건에 대한 소회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어르신은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으며 이런 사람들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며 이 여성은 성격장애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것 같은데  좋은 사람으로 살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자기중심적 사고, 배려가 실종되고 편익만을 생각하는 삭막한 세상에서 이근섭 어르신의 봉사활동을 통해 "그래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임을 자각한다.     

 

최종엽 기자 dkcncc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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