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믿음이 악한 속임을 이기는 그날까지

2023.03.30 09:12:00

 

선한 믿음이 악한 속임을 이기는 그날까지....

 

따뜻한 봄이 오면 예쁜 꽃이 피고 차가운 추위는 말없이 물러날 것이다. 겨울은 간간이 떠나기 싫다고 꽃샘추위로 앙탈을 부리지만 오는 봄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활짝 핀 꽃은 바라보는 주인을 향해 예쁘게 미소지을 것이다. 그래서 꽃을 보면 마음도 예뻐진다. 아니 그래야 한다. 예쁘다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감탄사가 나와야 하는데, 왜 너만 예쁘냐 하면서 따지려 들면 참으로 곤란하지 않을까. 마음을 예쁘게 가꾸어야 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화려한 봄은 짧지만 우리네 인생은 길고도 길다.

 

만나야 할 사람보다 만나서는 안 되는, 아니 피해야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더 많으면 인생이 평탄하지 못한다. 만나야 할 사람은 평행선을 긋는 것처럼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다면 삶에 기쁨이 줄어든다. 만나서는 안 되는 인연은 교차로에서 수시로 만나게 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것이 인생인가 보다. 그 이음새를 따라 인연이 곱게 이어지고 거칠게 끊기기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인연의 바퀴는 데굴데굴 미완의 목적지를 향해 잘도 굴러간다. 간혹 ‘끼이잌’ 숨넘어가듯 브레이크 밟는 소리에 잠이 확 달아나기도 하지만,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굴리는 그 바퀴는 오늘도 쉬지 않고 구르고 있다.

 

선한 배려를 때로는 악한 똥물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이 있다. 선한 베풂을 때로는 지독한 속임수로 괴롭힘을 주는 사람도 있다. 선의로 행하였던 것이 결과적으로 악의가 되어버린다면, 그 사람은 정신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날을 상당 기간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 감사와 축복, 믿음이 사라진 대인관계는 센 바람이 잠자는 파도 소리마저 휩쓸어간 불 꺼진 항구처럼, 마음 줄 곳을 잃게 한다. 대인공포증이 생길 수도 있다. 사람이 하는 말을 사시 눈을 뜨고 듣는다. 귀를 막고 보려 하니 제대로 보일 리 없다.

 

무시당할 일을 하면서 무시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무시당함에 너무나도 익숙해진다. 한순간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육신의 편함을 즐기기 위해 다른 사람을 수없이 속이고 괴롭힌다. 알면서도 그렇게 속인다. 속지 않으려 해도 다른 사람이 속여옴에 속절없이 속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나를 속이면 열을 속여야 하고 그러기를 반복하다 보면 속이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사기꾼이 되어간다. 그 사람도 처음부터 사기꾼은 아니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속임 당하고 난 후 그들에게 복수하겠다는 마음이 들어 한두 번 속였을 것이다. 그렇게 속임의 횟수가 늘다 보니 스스로 속임수의 대가가 되었을 것이다. 양심의 거리낌도 없이 수만 번 반복하게 되면 그런 경지에 오를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마음조차 속이며 살아갈 것이다. 진실은 어디에도 없다고 굳게 믿는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조차 속임수이고 숨을 쉬고 있는 것 또한 가짜일 수도 있다.

 

공약(公約)을 믿고 뽑아주었더니 그 공약(空約)을 진짜 믿었냐고 따지려 든다. 믿는 네가 바보지 속이는 나는 똑똑하다고 큰소리친다. 속이는 것조차 권력이고 능력이라 우기는데 이를 어이할꼬. 화려한 법복 속에서 뱀의 혀가 나불거린다. 국민은 정정당당한 판결을 원하는데 괴상한 논리만 들이대고 있음이다. 묵직한 믿음의 주춧돌마저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분명 이겼는데 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게임에서 졌는데도 이상하리만큼 이긴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속임수의 함정에 빠진 듯 뭔지 모르지만 찜찜하다. 명쾌함이 아닌 애매모호(曖昧模糊)함에 빠진 것은 아닐까. 그래서 져도 이겼다고 우기고 보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일까?

 

친구 딸 결혼식이 분명 오늘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예식장으로 뛰어갔는데 친구가 보이지 않는다. 뭐가 잘못되었는가? 친구 이름과 똑같은 또 다른 혼주는 정신없이 바쁘다. 내가 아는 친구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묘한 일이다. 다시 청첩장을 확인했다. 아이쿠! 한 주를 빨리 당겨 왔음이렷다. 누구를 원망하리. 아무 말 없이 그 예식장을 나오면서 내가 벌써 이런 나이가 되었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선한 믿음이 악한 배신에 능욕(凌辱)당하지 않도록 더 철저히 챙기자. 로또복권 6게임의 모든 숫자를 모아놓고서 게임별로 한 자씩 맞았음에도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되었다고 외치고 있었다. 마지막 기분은 왜 이리 싸할까?

송란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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