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칼럼 연제#2] 정치는 여론에 대항하고 거리를 두어야 제 역할

2023.02.13 09:25:06

정치란 특별한 인간 활동
경제 논리나 법리 같은 것으로 환원할 수 없는 독립적 기반을 갖는다.

 피치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통치가 이루어지는 군주정이나 귀   족정과는 달리 민주정은, 피치자가 자신을 닮은 정치가를 뽑아 시민   사업을 맡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혈통이나 세습의 원리가 아닌 선   출의 원리로 우리  스스로 권위를 부여한 자는 오로지 정치가뿐이다.

 

 좀 더 자유롭고, 평등하고, 안전하고, 건강하고, 평화로운 시민 삶을   위해 애쓰고 헌신하는 것을 소명이자 보람으로 삼는 자가 정치가다.   그는 변화와 개선을 주도하는 자이지, 다른 것에 책임을 전가하는   자가 아니다.사회주의자로부터, 하다못해 민주주의자들로부터도 지

                                       켜내야 하는 것이 정치다. 정치 없는 사회주의는 필연적으로 전체주의다. 정치 없는 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포퓰리즘이다.

 

정치를 경제 논리에 종속시키려는 신자유주의에도 저항해야 하듯, 유물론적 세계관을 앞세워 정치를 토대의 반영이나 역사법칙에 지배받는 상부구조로 보는 것에 굴종하면 안 된다. 정치는 정치다. 다른 것으로 환원될 수 없는 독자적인 인간 활동이다. 정치는 변덕스러운 여론에도 대항해야 하고, 여론조사를 신봉하는 태도와 거리를 두어야 제 역할을 한다. 그런 정치를 이끄는 정치가는 시민이 믿고 따를 지도자이지, 여론을 추종하고 또 여론에 아첨하는 자가 아니다.

 

정치는 여야와 동료 정치인들 사이에서 협의와 조정, 숙의, 심사, 의결의 방법으로 실천되어야 한다. 정치인들이 서로 등지고 돌아서 여론에 호소하는 일이 많아지면, 어떤 사회도 적대와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정치 일반에 대한 야유와 조롱을 키우는 부작용만 낳는다. 

 

정치를 부여잡음으로써 인간은 ‘자연적 자유’를 상실했지만 대신 ‘시민적 자유’를 얻었다고, 장 자크 루소는 말한다. 덕분에 ‘시민됨’을 뜻하는 문명(civilization)을 발전시켰고, 자연의 법칙이나 신의 왕국에는 없는 개성 있는 이야기(story)를 모아 역사(history)를 만들 수 있었다.  그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도 신을 기쁘게 할 세상, 정의가 실현되는 시민 공동체를 희망할 수 있게 되었다. 

경제가 그 일을 했는가, 행정이나 법률가가 그 일을 했는가. 『플루타르크 영웅전』에서 보듯, 그 일은 정치가라고 불리는 시민 지도자들이 해냈다.

박상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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