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란교 작가의]눈치는 맵고, 눈길은 달달

2023.02.02 21:08:58

  신세를 지는 것과  신세를 지우는 마음은 행동거지(行動擧止)   에   서 큰 차이가 난다. 어느 단체나 모임에서도 회원을 관리하기 위하   여 회비를 각출한다.  회비도 회원임을 증명하기 위한 년 회비, 행   사  진행을 하는 동안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기 위하여 참가비 등을   받게 된다.

 

 모아놓은 기금이 없으면 회원들에게 회비를 무조건 받게 된다. 족   식지례(足食知禮)라고 배고픈 사람은 다른 사람의 배고픔을 헤아   리  지 못한다. 곳간이 비면 조직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리더는 항상 조직원들이 굶지 않게 잘 먹이고 관리를 잘해야 한다. 그러니 회비를 거둘 수밖에없다.   모임이 있을 때면 기본적으로 일정액의 참가비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런 연유 때문일 것이다. 모아놓은 기금이 있어도 적은 금액이나마 공평하게 걷는 게 좋다. 

 

  모임의 수장을 맡은 지 오래된 단체가 있다. 코로나 19로 한동안 모임을 갖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꼭 만나야 할 일이 생기면 그때그때 모임을 했었다. 그럴 때마다 식사용 참가비를 걷지 않았었다. 참가하는 회원 수가 많지 않기도 하였지만, 모임을 하자고 주창한 사람이 주로 식사비를 부담했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도 모임을 가졌었다. 이번 모임에도 회비를 걷는다고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회원들에게 참가비를 받겠다고 하니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다. ‘회비 걷는다는 말이 없었잖아’ 하면서 내지 않으려고 버티는 회원도 있었다. 아예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오히려 화를 내는 회원도 있었다. 그러나 순순히 내주는 회원들이 더 많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마음이 회비를 내야 하는 불편함보다 더 크게 작용하였으리라 믿는다.

 

 식사를 마친 후 계산서를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회비를 걷지 않고 식사를 할 때는 아무리 맛있는 고기라도 1인당 2인분을 넘지 않았었다. 이번에는 확연히 달랐다. 회비를 낸 회원들은 낸 회비의 곱을 먹어야겠다고 덤볐는가 보다. 1인당 4인분을 먹어치웠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똑같은 회원인데 어찌하여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손해 보고는 못 참는 인간의 본성이 여기서도 도진 것일까?

 

 어쩌면 누군가의 시혜(施惠)를 받게 되면 갚아야 하는 부담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먹고 싶어도 참고, 배불리 먹지 않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회비를 내는 순간 그런 마음은 봄볕에 눈이 녹아내리듯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그들은 이왕 먹을 거면 비싼 것, 맛있는 것을 양껏, 배불리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위(胃) 눈치를 보지 않고 머릿속 계산을 먼저 하는가 보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것도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자꾸자꾸 먹으려 덤빈다.

 

 이번 모임의 경우도 그렇다. 통상 1인당 2인분을 먹겠지 하면서 예산을 맞추었는데, 아뿔사 글쎄, 예상을 뛰어넘는 비용이 나온 것이다. 자신이 회비를 내지 않으면 위가 크게 위축되고, 자신이 회비를 내면 위가 왕성하게 위장운동을 한다는 것인가? 참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회비 내고 먹는데 누가 뭐래? 아랫배 튀어나온다고 누가 뭐래?

 

 회비를 걷는데도 회비를 내지 않고 앉아 있으려면 묵직한 바위를 품고 있던지, 대전차용 포탄을 막아내는 철갑을 둘러야 가능할 것이다. 주최자의 눈치가 보이니 마음대로 먹을 수도 없다. 스스로 위축이 든다. 그러니 위가 줄어들어 식용이 줄고, 많이 먹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그렇지, 회비 냈다고 그렇게 먹어대면 놀란 위는 어쩌란 말인가?

 

 자신이 낸 것만큼만 가져오면 좋으련만 낸 것의 곱빼기를 가져오려 하니 다툼이 생기고 눈치가 보이는 것은 아닐까?. 따뜻한 눈길보다 싸늘한 눈치다. 눈칫밥을 먹다 보면 어디 목구멍을 넘길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많지는 않으나 회비를 내려 하고, 회비를 냈으니 내 세상이 된 것이라 착각한다. 내 세상인데 누구 눈치를 본다는 말인가. 남에게 신세를 진다는 것은 그만큼 엄중하고 무거운 짐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러니 신세를 지우는 게 남는 것이렷다.

최종엽 dkcncc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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